【원고, 상고인】
【피고, 피상고인】
【원심판결】
서울고법 2008. 10. 31. 선고 2008나42678 판결
【주 문】
상고를 기각한다.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.
【이 유】
상고이유를 판단한다.
1.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‘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’이란 손해의 발생,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,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,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( 대법원 2002. 6. 28.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).
원심은, 그 판시와 같이 소외 1이 피고의 협박으로 2001. 7. 17.부터 2002. 10. 14.까지 수차례에 걸쳐 합계 6억 원을 갈취당하였는데(이하 ‘이 사건 갈취’라 한다), 그 후 2003. 11. 19. 수사기관에 피고의 이 사건 갈취사실을 밝힌 사실, 이에 피고는 이 사건 갈취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, 한편 소외 1은 2007. 8. 28. 원고에게 이 사건 갈취금원에 관한 채권을 양도하고(이하 ‘이 사건 채권양도’라 한다)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, 그 양수채권 중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기하여 양수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, 소외 1은 적어도 위와 같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갈취사실을 밝힌 시점에는 그 불법행위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제기되었으므로 위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, 원고의 위 청구를 배척하였다.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,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,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 및 그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,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.
상고이유에서, 피고에 대한 앞서 본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.
그리고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더라도, 위 시효소멸에 관한 피고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, 원심이 이에 관한 판단유탈, 석명의무 위반,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.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.
2. 원심은, 이 사건 갈취로 인한 금원지급(이하 ‘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’라 한다)의 취소로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양수하였음을 전제로 그 채권에 기한 양수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, 소외 1이 이 사건 채권양도 전인 2005. 11. 11. 소외 2에게 이 사건 갈취금원에 관한 채권을 양도하고(이하 ‘종전 채권양도’라 한다) 2005. 11. 28.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한 사실, 그 후 소외 2가 그 양수한 채권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양수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종전 채권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, 소외 2가 제기한 위 양수금청구의 소는 그 양수채권이 손해배상채권임을 전제로 하였다고 보이는 점, 원고도 2008. 1. 14.자 준비서면에서 종전 채권양도통지가 손해배상채권의 양도통지라고 밝히고 있는 점에 비추어, 종전 채권양도통지는 손해배상채권만을 양도한 취지의 통지로 봄이 상당하므로 거기에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고, 달리 소외 1이 피고의 강박상태에서 벗어나 위와 같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갈취사실을 진술한 2003. 11. 19.경부터 3년의 제척기간 내에 그 취소권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그 취소권은 이미 제척기간의 경과로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여, 원고의 위 청구를 배척하였다.
그러나 종전 채권양도통지에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를 취소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.
우선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종전 채권양도통지는 ‘앞서 본 유죄의 확정판결에 명시된 원금 6억 원 및 그 이자에 대하여 채권회수청구권 등 일체의 권한을 소외 2에게 양도하였으니 위 돈을 소외 2에게 변제하여 달라’는 내용으로, 그 문언상 피고로부터 갈취당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청구권 일체를 양도하였다는 취지가 비교적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어, 그 양도채권이 손해배상채권에 국한되었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하다. 게다가 금원을 갈취당한 피해자가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가지게 되는 손해배상채권과 부당이득반환채권 중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자신에게 유보해 두고 손해배상채권만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란 통상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.
그리고 기록에 의하면, 소외 2가 종전 채권양도에 기하여 제기한 위 양수금청구의 소는 그 청구원인이 단지 종전 채권양도에 따라 양수한 채권의 지급을 구한다는 취지일 뿐 그 양수채권이 손해배상채권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.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변론의 전 과정을 통하여 종전 채권양도통지가 손해배상채권 및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양도통지라는 주장을 기본적으로 견지하여 왔음을 알 수 있고, 다만 2008. 1. 14.자 준비서면에서 이와 달리 종전 채권양도통지가 손해배상채권의 양도통지라고 주장한 이유는 손해배상채권의 양도를 통지한 때에도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를 취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적 주장을 전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이해된다. 따라서 원심이 이 부분 판단의 근거로 든 앞서 본 사정들은 그 판단의 합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.
그렇다면, 종전 채권양도통지에는 손해배상채권 외에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양도하였다는 취지가 포함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,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양도통지는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의 취소와 그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발생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으므로, 종전 채권양도통지에는 위와 같은 취소의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(이와 같은 취소로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관한 종전 채권양도는 장래채권의 양도로서 유효하다).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종전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.
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, 앞서 본 바와 같이 종전 채권양도는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이에 기한 종전 채권양도통지 또한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데,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의 취소는 종전 채권양도를 전제로 그 양도통지에 포함되어 이와 일체로 이루어진 의사표시로서 종전 채권양도와 그 양도통지가 없다면 그 존재가 추단되지 않는 종적 지위를 가지는 데 불과하므로, 종전 채권양도와 그 양도통지가 무효인 이상 위 취소의 의사표시만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.
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변론을 통하여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는 이 사건에서, 종전 채권양도통지로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가 취소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론적으로 정당하고,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그르치고 취소권의 행사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.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.
그리고 기록에 비추어 보면, 소외 1이 피고의 강박상태에서 벗어나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시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,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.
3.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,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게 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