【원고, 상고인】
【피고, 피상고인】
주식회사 금성출판사 외 1인 (소송대리인 법무법인(유한) 화우 담당변호사 변동걸 외 3인)
【원심판결】
서울고법 2010. 8. 25. 선고 2009나92144 판결
【주 문】
상고를 모두 기각한다.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.
【이 유】
상고이유를 판단한다.
1.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·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지는데(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), 저작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변경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위와 같은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( 대법원 1992. 12. 24. 선고 92다31309 판결 등 참조). 그리고 저작물에 대한 출판계약을 체결한 저작자가 저작물의 변경에 대하여 동의하였는지 여부 및 동의의 범위는 출판계약의 성질·체결 경위·내용, 계약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호관계, 출판의 목적, 출판물의 이용실태, 저작물의 성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·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. 한편 행정처분이 아무리 위법하다고 하여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므로( 대법원 2010. 4. 29. 선고 2007다12012 판결 등 참조), 저작자가 출판계약에서 행정처분을 따르는 범위 내에서의 저작물 변경에 동의한 경우에는, 설사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행정처분에 따른 계약 상대방의 저작물 변경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.
2.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.
가.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,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.
(1) 원고들 및 소외인(이하 소외인은 생략하고 ‘원고들’이라고만 한다)은 2001. 3. 24. 피고 주식회사 금성출판사(이하 ‘금성출판사’라고 한다)와 사이에, 교육부(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, 이하 ‘교육과학기술부’로 통칭한다)의 검정교과서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원심 판시 이 사건 교과서의 원고(原稿)를 작성하여 피고 금성출판사에 인도하고, 피고 금성출판사는 위 원고(原稿) 등을 이용하여 이 사건 교과서의 검정본을 제작하여 검정신청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교과서 출판계약(이하 ‘이 사건 출판계약’이라고 한다)을 체결하였다.
(2) 그런데 이 사건 출판계약 제6항에서, ‘원고들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한 수정·개편 지시가 있을 때에는 소정의 기일 안에 그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수정·개편을 위한 원고(原稿) 및 자료를 피고 금성출판사에게 인도하여야 하고, 피고 금성출판사는 원고들의 요구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교과서의 내용을 소정의 기일 안에 수정·개편하여야 한다’고 약정하였다.
(3) 원고들과 피고 금성출판사는 이 사건 출판계약 체결 이후인 2001. 12. 8.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이 사건 교과서의 검정신청을 하면서, ‘이 사건 교과서의 저작권 및 발행권 행사에 있어서, 교과용도서의 원활한 발행·공급과 교육 부조리 방지를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장관(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, 이하 ‘교육과학기술부장관’으로 통칭한다)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에 동의하고, 이를 위반할 때에는 발행권 정지 등 어떠한 조치도 감수할 것을 다짐한다’는 내용의 동의서(이하 ‘이 사건 동의서’라고 한다)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.
나.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이 사건 출판계약의 성질과 내용, 이 사건 동의서의 내용과 그 제출 경위, 원고들과 피고 금성출판사의 지위와 상호관계, 출판의 목적, 이 사건 교과서의 성격, 그리고 그 당시 시행되고 있던 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(2002. 6. 25. 대통령령 제1763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)에는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검정도서의 저작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고( 제26조 제1항), 저작자가 이러한 수정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그 검정합격을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발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( 제47조 제1호)고 규정되어 있어서(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도 대동소이한 내용의 규정이 있다), 원고들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이러한 수정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면 검정합격의 취소나 발행 정지로 인해 이 사건 교과서의 발행이 무산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, 원고들은 이 사건 출판계약의 체결 및 이 사건 동의서의 제출 당시 피고 금성출판사에 대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지시를 이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교과서를 변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.
다.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,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008. 10. 30. 이 사건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원고들이 그 중 상당수 항목에 관하여 수정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자, 피고 금성출판사에게 이 사건 교과서에 관하여 원심 판시 이 사건 수정지시를 하였고, 이에 피고 금성출판사가 이 사건 수정지시에 따라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하여 중·고등학교 검정교과서의 발행업무 등을 대행하는 피고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를 통하여 이를 발행·배포한 것임을 알 수 있다.
따라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수정지시가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, 이 사건 수정지시를 이행하기 위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하여 발행·배포한 것은 원고들이 동의한 범위 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한 원고들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.
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,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행위 및 법령 해석의 잘못, 동일성유지권에 관한 법리오해,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없다.
3.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,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