【원고, 상고인】
주식회사 ○○○
【피고, 피상고인】
피고 1 외 3인
【원심판결】
서울고법 1994. 6. 14. 선고 94나5023 판결
【주 문】
상고를 기각한다.
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.
【이 유】
상고이유를 판단한다.
1.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, 원심이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모두 옳다고 여겨지고,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.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.
2.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이나 목적을 관철할 의도 하에 한 집단행동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위법성을 갖는지 여부는, 그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내용, 방법, 정도뿐만 아니라 이에 이른 동기나 목적, 경위, 상황 등을 침해이익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집단행동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.
그리고 위와 같은 집단행동의 과정에서 자기들의 주장이나 목적을 반대 당사자에게 알리고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의사표시의 수단으로서 유인물이나 벽보를 배포, 부착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었다면, 그 유인물 등에 표현된 내용이 사실에 반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, 그 유인물 등의 이용의 태양이나 표현된 내용이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든지 타인의 재산에 대한 관리이용권을 침해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,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, 나아가 위 유인물 등에 표현된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,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, 또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였어도 그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.
이 사건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면, 원고의 피용자인 이 사건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 소외 1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의 선정권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이자 임원인 소외 2, 소외 3에게 원고가 위탁관리업체로 재선정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부탁과 함께 각 금 500,000원을 교부하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음이 사실로 드러났고, 그리하여 긴급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이를 이유로 원고를 차기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까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,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인 소외 4는 위 긴급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가 공동주택관리령 제10조 소정의 의결정족수인 과반수에 미달하는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다시 회의를 소집하여 위 긴급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철회하고 다만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위 결의를 참조하여 관리업체 선정 투표시 반영토록 하자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으며, 이에 소외 5외 52명의 주민들이 주민 10인 이상의 연명으로 제안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된 위 아파트 단지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라 연명으로 관리업체 선정을 연기하고 부정업체의 배제를 결의하여 줄 것을 입주자대표회의측에 요구하였으나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고 있던 중, 새로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원고를 차기 관리업체로 선정하였고, 그러자 이 사건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인 피고들이 원고가 다시 아파트 위탁관리를 맡게 된 것과 위 부정행위 사이에 있을 지 모르는 의혹을 밝히기 위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집과 원고의 선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관철할 의도 하에 판시와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, 배포하고, 아파트 7개동의 외벽에 “○○○을 몰아내자“는 내용의 현수막을, 아파트 80여세대의 유리창 안에 “부정업체 ○○○" “물러가라 ○○○"이라는 붉은 색의 대형글자를 각 부착하였으며, 또 아파트 단지 내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“○○○이 부정업체이고 능력이 없으며 신용이 없다“는 내용의 방송을 하고 또 입주자들을 불러 모아 “○○○ 물러가라"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다니게 되었다는 것인바,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은 집단행동의 동기, 목적 및 경위, 그리고 그 수단이나 방법이 의사표시의 수준을 넘어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의 행사에까지 나아간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, 고찰하여 보면, 먼저 피고들이 위와 같은 집단행동의 과정에서 원고의 아파트 관리업무를 다소 방해하게 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, 그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, 다음으로 피고들이 유인물이나 현수막, 방송 등을 통하여 그들의 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원고의 명예, 신용을 침해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, 이는 전적으로 위 아파트 단지 주민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서, 그 표시된 내용 또한 진실에 부합되거나 적어도 피고들이 이를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, 위법성이 없거나 피고들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.
따라서 원심이 피고들의 판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조치는 그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. 이 점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.
3.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