【원고, 상고인】
대원산업 주식회사 (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진 외 5인)
【피고, 피상고인】
한국부동산신탁 주식회사 (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길 담당변호사 이용철 외 5인)
【원심판결】
서울고법 2000. 6. 20. 선고 99나46470 판결
【주 문】
원심판결을 파기하고,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.
【이 유】
상고이유(기간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)를 판단한다.
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,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주식회사 경성(아래에서는 '경성'이라고 한다)으로부터 경성이 사업주체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아파트 건설사업을 진행중이던 고양시 (주소 생략)외 111필지의 부동산을 신탁받아 피고가 그 위에 아파트를 신축·분양하기로 하는 내용의 토지개발신탁계약을 체결하는 한편,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를 경성에게 도급주었던 사실, 경성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레미콘 납품업체들이 레미콘 공급을 일시 중단하고 경성에 대하여 피고가 레미콘대금 지급채무를 지급보증한다는 내용의 약속을 받아 줄 것을 요구한 사실, 경성을 통하여 레미콘 공급업체들의 위와 같은 요구를 전달받은 피고는 1997. 8. 11. 경성에게 "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이의 처리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"이라고 회신하였으나, 원고 등 레미콘 납품업체들이 위 회신의 내용이 미흡하다면서 다시 경성에게 피고로부터 보다 확실한 내용의 지급보증 약속을 받아 줄 것을 요구하자, 이에 피고는 다시 "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"이라는 내용의 회신(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피고의 정정 회신을 가리켜 '이 사건 회신'이라 한다.)을 같은 날 경성에 보낸 사실, 경성으로부터 피고의 이 사건 회신을 전해들은 원고 등 레미콘 납품업체들은 레미콘 공급을 재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, 이 사건 회신의 상대방은 원고가 아니라 경성이라는 점, 이 사건 회신의 내용에도 지급보증이나 연대보증의 문구는 없고 단지 "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"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점, 피고가 위 회신을 보내면서 경성에 '지급보증'의 문구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사실을 들어 이 사건 회신으로 피고가 레미콘 대금채무를 지급보증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.
그러나 피고가 보낸 이 사건 회신은 원고가 아닌 경성에게 보낸 것이기는 하지만, 이 사건에서 보면 원고를 비롯한 5개의 레미콘 납품업체는 기존에 발생한 부분을 포함하여 향후 발생하게 될 레미콘 공급대금을 담보하기 위하여 경성에게 그 대책을 요구하며 공사발주자인 피고의 의사확인을 요구하였고, 이에 따라 경성이 레미콘 납품업체의 요구사항이라는 점을 피고에게 알리며 피고의 의사를 타진하였으며, 그 결과 피고가 다시 경성에게 자신의 의사로서 "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"이라고 이 사건 회신을 보냈으므로 이러한 의사소통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때 결국 원·피고 간에 경성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진 의사교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, 결국 피고의 지급보증책임 인정 여부는 피고가 이 사건 회신에서 표시한 "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"이라는 문언의 의미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.
살피건대,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,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,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,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,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,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,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(대법원 1999. 11. 26. 선고 99다43486 판결 참조), 이 사건 회신의 문언은 단지 "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"이라고만 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는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, ① 피고와 경성은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에 있어 단순히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, 피고가 경성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신축부지를 신탁받아 그 지상에 아파트를 신축·분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개발신탁계약에 따른 신탁법상의 수탁자로서 경성과는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를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정도로 긴밀한 이해관계가 있고, ② 이 사건 회신이 있었던 1997년 8월경에는 전반적인 건설경기가 침체되어 건설업체의 부도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경성도 부도 처리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원고로서는 자신이 이미 공급하였거나 장차 공급하게 될 레미콘 납품대금의 확보를 위하여 피고로부터 그 지급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절실하였으며, ③ 피고가 이 사건 회신을 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더라도, 경성이 레미콘 납품대금의 지급을 피고가 책임져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원고의 1997. 8. 8. 자 협조문을 첨부하여 이를 검토한 후 회신하여 달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피고에게 보냈는데, 이를 받아 본 피고가 단순히 "이의 처리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"이라고만 회신하자 원고 등 레미콘 납품업체들이 모두 피고가 그 납품대금을 책임진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반발하였고, 이에 다시 피고가 이 사건 회신을 하게 된 것으로 당시 피고가 원고 등 레미콘 납품업체들의 요구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고, ④ 나아가 당시 원고 등 레미콘 납품업체들은 경성에 대한 레미콘 공급을 일시 중단하였다가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로부터 이 사건 회신을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레미콘 공급을 재개하였던 점 및 ⑤ 경성이 부도난 이후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공사현장에 공급된 레미콘의 분량 등을 확인한 일도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회신을 작성하게 된 동기 및 경위와 당사자가 이 사건 회신을 작성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회신의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, 원고와 피고는 경성을 매개로 하여 피고가 경성의 원고에 대한 레미콘대금 지급채무를 보증하였거나 중첩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고, 이는 피고가 위 회신을 보내면서 경성에 '지급보증'의 문구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 사실이 있다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, 원심은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레미콘 대금채무를 지급보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만 판시한 것은 지급보증이나 중첩적 채무인수에 대한 법리오해 또는 판단유탈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,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.
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·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