【피 고 인】
【상 고 인】
검사
【원심판결】
춘천지법 2017. 1. 26. 선고 2015노424 판결
【주 문】
원심판결을 파기하고,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.
【이 유】
상고이유를 판단한다.
1. 형법 제20조가 정한 ‘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’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.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에서 합목적적,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.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,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,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, 넷째 긴급성,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(대법원 2002. 12. 26. 선고 2002도5077 판결, 대법원 2014. 9. 4. 선고 2014도7302 판결 등 참조).
2.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.
가. 공립유치원인 ○○○유치원의 계약담당공무원은 2012. 12. 31. 공소외 1 주식회사(이하 ‘공소외 1 회사’라고 한다)와 사이에 계약금액은 280,000,000원, 계약기간은 2012. 12. 31.부터 2013. 3. 10.까지로 정하여 공소외 1 회사가 유치원 놀이시설(이하 ‘이 사건 놀이시설’이라고 한다)을 제작하여 설치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.
나. 그 후 위 공사의 계약기간이 연장되었고, 공소외 1 회사는 2013. 9. 3. 피고인에게 ○○○유치원 담당 공무원의 동의 아래 이 사건 놀이시설 제작 및 설치공사를 공사대금 약 160,000,000원에 하도급주었다.
다. 피고인은 2013. 9. 17.경까지 위 하도급 공사의 약 90% 정도를 진행한 다음 공소외 1 회사에 공사대금 중 70,000,000원의 지급을 요청하였다. 그러나 위 공사의 기성률을 검사한 ○○○유치원은 2013. 9. 17. 공소외 1 회사에 기성금 43,000,000원만을 지급하였다. 공소외 1 회사는 피고인에게, 같은 날 위 43,000,000원을, 2013. 10.경 30,000,000원을 추가로 지급한 이외에 나머지 공사대금 약 80,000,000원은 지연손해금 등 정산을 이유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.
라. 피고인은 2013. 10.경 나머지 공사를 중단한 다음 2013. 12.경부터 원도급인인 ○○○유치원의 행정실장 공소외 2 등에게 공사대금을 피고인에게 직접 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. 공소외 2 등은 피고인에게 공소외 1 회사로부터 직불청구동의서 등을 발급받아 오지 못하면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요청을 거절하고 2014. 1. 27. 공소외 1 회사에 2차 기성금 48,000,000원을 지급하였다.
마. 피고인은 2014. 1. 28.부터 2014. 11. 4.까지 ○○○유치원에 찾아와 공사대금을 지급해 달라며 거칠게 항의하였고, 이로 인하여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횟수만 5회에 이르렀다. 피고인은 공소외 2 등에게 ‘이 사건 놀이시설의 설치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사용을 금지하여야 하고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까지는 이 사건 놀이시설을 인도하여 줄 수 없다’는 이유로 2014. 1.부터 2014. 7.까지 위험하다는 뜻이 표시되어 있는 줄을 이 사건 놀이시설 주위에 둘러쳐 출입 및 사용을 못하게 하였다(그렇다고 피고인이 이 사건 놀이시설을 점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).
바. 그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용물건손상 부분의 기재 내용과 같이 2014. 4. 7. 이 사건 놀이시설의 일부인 보호대를 칼로 뜯어내고, 2014. 7. 10. 피고인과 함께 방문한 설치업체 관계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놀이시설의 일부를 철거하게 하여 이를 운동장 한쪽에 모아 두게 함으로써 이 사건 놀이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. 위와 같이 철거된 일부 놀이시설이 2014. 11.까지도 운동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.
사. 피고인은 이 사건 놀이시설에 관한 공사대금 문제로 2014. 6. 20. 공소외 2에게 ○○○유치원의 시설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였고, 2014. 11. 5. 공소외 2의 손목과 멱살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하여 공무원의 유치원 운영 등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으며, 2014. 8. 25. 공소외 2에게 전화로 심한 욕설을 하며 협박하였다.
3.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.
우선 유치권은 유치권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, 피고인은 2013. 10.경 공사를 중단한 후 이 사건 놀이시설을 점유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놀이시설에 관한 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.
나아가 피고인에게 ○○○유치원에 관한 공사대금 직불청구권이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놀이시설의 정당한 유치권자로서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, 이 사건 놀이시설의 보호대를 손괴하고 놀이시설의 일부를 철거하여 운동장에 옮겨 놓아 장기간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든 피고인의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, 피고인이 공사대금 확보를 위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데에 이와 같은 손상 및 철거 행위가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.
4. 그런데도 원심은, 피고인이 ○○○유치원에 대한 공사대금 직불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놀이시설의 보호대를 손괴하고 일부 시설을 철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거나, 유치권이 성립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치권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용물건손상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,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.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.
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,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에 구체적인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.
5.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공용물건손상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, 위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무집행방해 및 협박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, 사건을 다시 심리·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,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