【원고, 피상고인】
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우 외 4인
【피고, 상고인】
【원심판결】
서울고등법원 1993.3.4. 선고 92나6923 판결
【주 문】
상고를 기각한다.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.
【이 유】
상고이유를 본다.
1. 제1점에 대하여
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, 원고가 망 소외 1이 대주주로 있던 소외 범양상선주식회사의 주거래은행으로서 해운경기의 불황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던 위 회사에 1984.5.12.경과 1985.11.15.경의 두차례에 결쳐 다른 거래은행들과 함께 합계 금 8,679억원을 지원하면서 위 회사의 경영에 참가하고 있던 주요 주주들이 본인과 가족들 소유 명의로 된 위 회사 주식을 원고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고, 우선 그 주권을 원고은행에게 인도하여 이를 보관시키되 원고은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관련주주의 동의를 얻어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위임하기로 하여, 위 망 소외 1도 그 자신과 그의 아들인 피고 1, 처인 피고 2 소유명의로 된 위 회사 주식 전부(1,000원권으로 환산하여 18,818천주)를 원고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, 위 담보제공약정은 특정한 "주권"에 대한 담보약정이 아니라 기명의 "주식"에 관한 담보약정이고 다만 그 담보약정의 이행으로서 위 망 소외 1은 약정한 기명주식을 표창하는 주권을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, 약정 당시에는 위 망 소외 1과 피고 1, 피고 2 명의의 주식 전부가 담보에 제공된 것이지만 주식은 동가성이 있고 상법 등의 규정에 따른 소각, 변환, 병합 등 변화가능성이 있으며 위 담보약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담보약정 후 주권의 이행제공 전에 갖고 있던 주식에 대한 처분이나 새로운 주식의 취득이 있더라도 약정된 수의 기명주식을 표창하는 주권만 인도하면 되고 인도할 주권의 특정은 쌍방 어느 쪽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원고은행의 채권은 일종의 제한종류채권이라고 할 것이며, 원고은행은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원심판결의 별지 주권목록 기재 주권으로 채권을 특정하였으니 위 망 소외 1을 상속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주권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는바,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기명 보통주식의 담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으며, 소론이 들고 있는 판결은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가 되지 아니한다. 논지는 이유 없다.
2. 제2점에 대하여
망 소외 1이 피고 1, 피고 2 명의의 위 주식에 관하여 처분권한없이 원고와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일종의 타인의 권리의 처분행위로서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위 망 소외 1은 위 피고들로부터 위 주식(주권)을 취득하여 이를 원고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인데, 이는 위 망 소외 1의 사망으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상속되었으나 피고 1, 피고 2는 원래 위 주식의 주주로서 타인의 권리에 대한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원고에 대하여 그 이행에 관한 아무런 의무가 없고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므로 위 피고들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는 위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할 것이다.
그런데 피고 1, 피고 2는 위 망 소외 1의 지위를 승계함으로써 원고은행과의 사이에 있었던 위 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도 겸하게 되었고, 아울러 위 회사의 대주주로서 원고은행이 위 회사에 대하여 한 금융지원의 혜택을 향유하고 있는 관계에 있었으므로 위 피고들은 원고은행과 망 소외 1간의 위 계약에 전혀 무관한 제3자의 지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고, 나아가 주권의 점유자는 이를 적법하게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데(상법 제336조 제2항), 위 피고들은 위 주식 취득 이래 그 주식을 표창하는 주권을 위 망 소외 1에게 보관시키고 그 주주권의 행사를 그에게 위임한 채 이를 행사하거나 회사의 운영에 관여한 바 없고 오로지 위 망 소외 1이 자기 명의의 주권과 위 피고들의 주권을 함께 자택에 보관하면서 실질적으로 위 주식 전부에 대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은행으로서는 위 망 소외 1이 그 주식의 실질적인 소유자이거나 그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할 것이고, 또한 그 당시는 위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대주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원고은행 등에게 금융지원을 호소하던 실정이어서 위 회사의 경영주인 위 망 소외 1과 가족관계에 있던 위 피고들 역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었으며, 그 결과 원고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금융지원을 받게 되어 위 회사가 정상화되는데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, 나아가 위 피고들은 자신들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위 망 소외 1의 사망이후 상당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은행으로 하여금 위 계약이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신뢰하게 하였던 사정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들이 이제 와서 원고은행의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자신들 명의의 주식은 물론 당연히 위 계약내용에 따라 인도해 주어야 할 위 망인 명의의 주식까지도 인도를 거절하고 있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.
따라서 같은 취지에 따라 위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.
3.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.